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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리뷰 여행 (브랜드별 맛 비교) 에비앙 산토리 게롤슈타이너

by 로드맵스토리 2025. 4. 3.

에비앙

물이 다 같다고 생각한 순간, 진짜 물맛은 시작되지 않는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각 나라, 각 도시마다 생수 브랜드가 다르고, 그 맛 또한 미묘하게 다르다. 미네랄 함량, 지하수 깊이, 원산지, 병의 재질까지—물맛은 ‘맑다’는 단어로만 설명되기엔 훨씬 복합적인 경험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각국의 대표 생수 브랜드를 하나씩 마시며, 그 맛의 차이를 기록하고 비교해 보는 특별한 여정을 떠났다. 입안 가득 번지는 무맛 속의 미세한 풍경들, 그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물의 정체성을 따라가 보았다.

프랑스 에비앙은 물맛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이었다

프랑스에서 구입한 ‘에비앙(Evian)’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 중 하나다. 에비앙은 알프스 빙하수가 약 15년 동안 암석을 지나 자연 여과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병 디자인부터 투명하고 미니멀한 미감을 자랑한다. 처음 마셨을 때의 느낌은 ‘무난함’이었다. 하지만 천천히 음미하자 물맛은 분명하게 ‘부드럽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입안에서 저항감이 거의 없고, 목을 넘길 때는 마치 실크가 흐르는 듯 매끄러운 감각이 남는다. 미네랄 함량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그 덕분에 어떤 음식과도 어울리고, 특히 커피를 마신 후 입가심으로 마시기에 이상적이었다. 이 생수는 단순한 갈증 해소보다는 감각을 다시 정리해주는 리셋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유럽 여행 중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 방에서 에비앙을 천천히 마시는 순간은, 단순한 수분 섭취 이상의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일본의 산토리는 미세함의 미학이자, 물이 얼마나 섬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도쿄 편의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산토리 천연수(サントリー天然水)’는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 고스란히 담긴 생수다. 이 물은 후지산 인근 깊은 지하에서 채수되며, 경수와 연수를 기준으로 보면 연수에 가깝다. 뚜껑을 열고 첫 모금을 마시는 순간, 물이 아니라 공기를 마신 듯한 느낌이 든다. 입안에 머금었을 때 거의 존재감이 없고, 뒷맛도 전혀 남지 않으며, 혀에 닿는 질감조차 부드럽다. 이 생수는 마시는 순간보다 마신 후의 여운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같은 차를 산토리 물과 수돗물로 우렸을 때 맛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통해 물의 순도가 얼마나 음료의 풍미에 영향을 주는지 깨닫게 된다. 특히 더운 날 걷다가 땀이 잔뜩 난 후 이 물을 마시면 체온이 내려가는 느낌과 함께 기분까지 정리된다. 산토리는 물맛의 ‘존재를 숨기는 미학’을 택한 브랜드였고, 그 선택은 마치 일본 가정식의 감칠맛처럼, 과하지 않은 배려의 정수로 다가왔다.

독일의 게롤슈타이너는 미네랄의 존재감으로 ‘단단한 물’을 마신 느낌이었다

독일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게롤슈타이너(Gerolsteiner)’는 탄산수로도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무탄산 생수를 선택했다. 병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미묘한 금속성 향이었고, 한 모금을 마셨을 때 입 안을 먼저 자극한 건 ‘묵직함’이었다.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중경수답게, 물맛은 투명하기보다는 광물의 느낌이 도는 견고함을 가지고 있었다. 입안에서 오래 머물면 살짝 떫은 느낌도 드는데, 이게 오히려 물에 대한 인식을 ‘가벼움’에서 ‘존재감’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특히 육류 위주의 독일 음식과 잘 어울리며,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뒤 이 물을 마시면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 뚜렷했다. 게롤슈타이너는 마치 ‘음료수보다 묵직한 음료’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강한 캐릭터를 지닌 물이었다. 이 물은 휴식보다는 집중, 리셋보다는 재충전의 이미지로 기억되었고, 물도 ‘성격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