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숙소를 고를 때 우리는 주로 위치, 가격, 청결을 본다. 하지만 진짜 변수는 따로 있다. 바로 소음이다. 벽 너머 이야기 소리, 거리의 클락션, 한밤중 파티 음악, 닭 우는 소리까지— 소음 많은 숙소는 예고 없이 찾아오며, 단순한 불편을 넘어 기억에 오래 남는 밤을 만들어준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겪은 ‘소음 많은 숙소 TOP3’를 중심으로, 그날 밤의 풍경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피곤한데 잠들지 못했던 그 밤들이, 지금은 가장 선명한 여행의 장면이 되어 있다.
1위.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옆 호스텔 – 밤새 울리는 종소리의 공습
멕시코시티 중심 소칼로 광장 근처의 한 호스텔은 위치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체크인 직후부터 귀를 울리는 종소리가 시작되었다. 그 소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바로 옆 대성당의 종이었다. 정각마다 울리는 수준이 아니라, 어떤 패턴도 없이 낮밤 구분 없이 울렸다. 밤 11시에도 울리고, 새벽 3시에도 울렸다. 문제는 그 종이 너무 크고, 너무 진심이라는 점이었다. 처음엔 “역시 라틴 아메리카 감성!”이라며 웃었지만, 세 번째 밤이 되자 고막에 종 자국이 남은 것 같았다. 귀마개를 해도 뚫고 들어오는 저음의 진동은 단순한 소리가 아닌 체험이었다. 한 룸메이트는 이어폰으로 클래식을 틀어놨고, 다른 이는 헤드셋을 쓰고 잤다. 이 숙소는 소리 때문에 잠은 부족했지만, 대신 멕시코시티의 시간을 종으로 새기는 법을 배웠다. 시계보다 더 정확한 벨소리, 이곳은 잠 못 이루는 이들의 도시였다.
2위.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강 뷰 민박 – 강가의 새벽은 ‘조용하지 않다’
갠지스강을 내려다보는 민박이라니, 낭만적이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예약을 했다. 방에서는 바로 갠지스강이 보였고, 배가 지나가는 풍경은 정말 멋졌다. 하지만 그 새벽은 너무나도 ‘활기찬’ 새벽이었다. 4시쯤, 어둠 속에서 스피커 소리가 울렸다. 힌두기도와 노래, 그리고 함께 흘러나오는 낭독 소리. 그 다음은 강가에서 들려오는 기침 소리, 물 퍼붓는 소리, 노 젓는 소리, 사람의 대화. 해 뜨기 전에 이 모든 소리가 폭포처럼 한꺼번에 쏟아졌다. 벽은 얇았고 창문은 닫아도 소용없었다. 명상하려 갔다가 결국 강제 새벽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셈이었다. 한편으론, 이것이 이 도시의 진짜 리듬이자 생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음은 내 입장에서였고, 그들에게는 일상이었다. 그렇게 바라나시의 새벽은 귀로 보는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잠은 못 잤지만, 삶의 현장은 다 들었다.
3위.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 호텔 – 창문 밖은 재즈, 복도는 오페라
파리에서 묵은 저예산 호텔은 위치도 멋지고, 발코니에서 보이는 뷰도 훌륭했다. 하지만 해가 지자마자 창밖은 재즈 클럽, 복도는 늦게 들어온 투숙객들의 오페라 무대가 되었다. 1층에 위치한 바에서는 매일 밤 생음악이 울려 퍼졌고, 문을 닫아도 낮은 베이스가 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2시에 잠들 만하면 복도에서 누군가가 "Je t’aime!"을 외쳤고, 누군가는 문을 잘못 열고 들어오기도 했다. 그 와중에 위층 욕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까지 합쳐지면 한 편의 사운드트랙이 완성되었다. 처음엔 불만이었지만, 두 번째 밤부터는 이어폰 대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게 파리였다. 완벽한 침묵은 없고, 항상 누군가 깨어 있고, 음악이 있고, 누군가의 감정이 흘러넘치는 곳. 파리의 밤은 피곤했지만 낭만적인 소음으로 가득했다. 오히려 그 모든 소리가 여행자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배경음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