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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운영하는 민박집 여행기 베트남 이탈리아 제주도

by 로드맵스토리 2025. 4. 3.

하노이

여행 중 만난 민박집 하나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안겨줄 때가 있다. 낯선 나라에서, 낯선 동네에서, 그곳의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숙소에 머물게 되면 우리는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하루 동안의 가족이 된다. 아침밥 냄새, 마당의 개 짖는 소리, 어린아이의 웃음, 오래된 가구와 손때 묻은 커튼. 그 모든 것에서 생활이 느껴지고, 생활은 곧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이번 여행은 의도적으로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피하고, ‘가족이 운영하는 민박집’만을 찾아다니며 머물렀던 이야기다.

베트남 하노이의 민박집에서는 하루가 아니라 집 한 채를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하노이 올드쿼터 끝자락의 작은 골목 안쪽, 인터넷 후기도 많지 않은 그 민박집은 ‘호앙 패밀리 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짐을 끌고 좁은 골목을 따라가자 아들이 먼저 마중을 나와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곧이어 어머니가 쌀국수 육수를 끓이고 있는 주방에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방은 작은 베란다가 딸린 2층 구조였고, 침대 옆에는 현지 수공예 이불과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저녁에는 집 마당에 작은 숯불을 피워 직접 만든 분짜를 함께 나눠 먹었고, 아이는 자기 장난감을 내 앞에 놓으며 같이 놀자고 말했다. 그날의 식탁에는 메뉴판도 없었고, 가격표도 없었지만 사람이 있었다. 무언가를 사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고, 나는 그저 조용히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내게 손바느질한 작은 파우치를 선물로 건네며 “언제든 돌아와요”라고 말했다. 하노이의 그 민박집은 숙박이 아니라 기억 한 칸을 빌려준 곳이었다.

이탈리아 남부의 민박집은 토마토 냄새와 엄마의 웃음으로 가득했다

아말피 해안 근처의 작은 시골 마을,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그곳의 민박집 ‘카사 디 안나’는 이름 그대로 안나 아주머니가 운영하고 있었다. 집 앞에는 올리브 나무와 토마토 덩굴이 무성했고, 도착하자마자 안나는 부엌에서 손에 밀가루를 묻힌 채 나를 맞았다. “늦었으니 먼저 파스타부터 먹어요.” 나는 배낭도 풀지 않은 채 식탁에 앉아, 방금 뽑은 파스타면에 직접 졸인 토마토소스를 얹은 따뜻한 한 접시를 받았다. 음식은 간단했지만 놀라울 만큼 풍미가 깊었고, 식사가 끝날 무렵엔 디저트로 레몬 향이 나는 홈메이드 케이크가 나왔다. 방은 2층 구석에 있는 작은 다락방이었고, 창문을 열면 레몬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밤에는 안나의 손녀가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었고, 그 소리가 집 전체에 은은하게 퍼졌다. 그곳에서는 누구도 바쁘지 않았고, 아무도 내가 여행자라는 걸 강조하지 않았다. 안나는 떠나는 날 작은 병에 담긴 자두잼을 손에 쥐여주며 “이건 우리 가족의 아침”이라며 웃었다. 이탈리아의 이 민박집은 토마토와 잼, 그리고 사람의 온도로 가득 찬 장소였다.

제주도의 민박집은 말없이 받아주는 ‘느린 집’이었다

서귀포 외곽의 바닷가 근처, 오래된 돌담 안에 자리한 ‘소라의 집’은 제주 토박이 가족이 운영하는 민박집이었다. 입구에는 귤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집안 곳곳에는 돌하르방 모형과 가족이 찍은 흑백사진이 장식되어 있었다. 방은 넓지 않았지만 깨끗했고, 창문을 열면 바닷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주인아저씨는 말수가 적었고, 주인아주머니는 “필요한 거 있음 말해요, 그냥 쉬다 가면 돼요”라고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곳에서 별다른 관광도 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책을 읽고, 아침이면 바다를 보고 돌아와 주먹밥을 먹었다. 저녁엔 마당에서 고구마를 구워 나눠 먹었고, 아이는 조용히 내 옆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이 민박집은 프로그램도, 이벤트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사람의 숨결과 계절의 속도가 그대로 전해졌다. 떠나는 날, 아주머니는 귤을 봉지에 가득 담아 “이거 그냥 가져가요, 맛은 모르겠지만 정성은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귤을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하나씩 까먹으며, 이 집의 조용한 친절을 오래 기억하기로 했다.